일본 북알프스 다테야마(立山)는 일본을 상징하는 후지산(富士山)과 이시카와현에 위치한 하쿠산(白山)과 함께 일본 3대 영산으로 불리는 3천 미터급 고산이다.
오래전부터 해외 등반 산행지 버킷리스트에 올려놓고 실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뜻이 맞는 오랜 친우들과 어렵사리 일정을 맞췄다.
일본 알프스는 혼슈의 광대한 지역에 걸쳐있는 북알프스부터 중앙알프스, 남알프스로 이루어진 3천 미터급 봉우리들이 즐비한 고산지역으로 북알프스 다테야마는 도야마현 남동쪽에 있는 히다산맥에 위치하며, 마그마 활동을 하지 않는 칼데라 분지이다.
시기적으로 9월 말이라 가을 단풍 시즌이지만 고산이라 눈산행이 될 수 있어 55리터 배낭에 동계 백팩으로 꾹꾹 눌러 담다 보니 돌멩이를 넣은 듯 배낭이 무겁다.
눈이 내리지 않을 거라는 바람으로 몇 번을 줄이고 다시 꾸려 항공 위탁수하물 제한 중량인 15kg 이하로 줄였다. 그래도 무겁다.
여름에 북한산 계곡산행하다 다친 발바닥의 근막염이 나아지지 않고 있어 3천 고지의 등반 산행이 가능할지 걱정이다.
어찌하랴. 꾸린 배낭을 둘러메고 9월 26일 아침 인천을 출발, 나고야 중부공항에 도착했다.
일본은 교통비가 비싼 관계로 나고야역에서 다테야마역까지 JR교통편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북알프스 알펜루트 다테야마 5일 JR 프리패스를 구입했다. 환승할 때마다 표를 구입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줄 수 있어 편리하고 총비용도 조금 더 저렴하다.
미리 인터넷 검색을 통해 꼼꼼하게 짜놓은 계획에 따라 대중교통을 이용, 4시간에 걸쳐 마츠모토를 경유하여 첫날 예약된 시나노오오마치(信濃大町) 온천마을의 노포 여관에 투숙했다.
다음날 새벽 일찍 숙소를 나와 첫 버스를 이용, 오기자와(荻沢) 역까지 이동후 구로베댐이 있는 협곡을 지나 해발 2450m의 다테야마 무로도(室堂) 고원을 향했다.
구로베 댐은 해발 1454m에 위치한 일본에서 가장 크고 높은 곳에 건설한 댐으로 공사기간만 40년이 걸려 1963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공사를 위해 1천만 명의 노동자가 동원되었고, 그중 1백만 명 이상의 조선인 노동자가 동원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건설 당시 험한 산악지형의 난공사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나갔다고 하며, 그중 많은 조선인도 희생되었다고 한다.
주변 곳곳에 넋을 위로하는 위령비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기자와에서 전기버스를 타고 2678m의 아카사와다케 와 다테야마 산맥을 잇는 1450m 높이의 산허리를 뚫어 연결한 5.4km의 터널을 지나 구로베댐에 도착했다.
댐 중앙의 수문을 통해 방류되는 수십 미터의 거대한 폭포가 장관이다.
구로베 호수에서 케이블카와 산봉우리를 잇는 로프웨이를 이용, 다이칸보를 지나 오전 10시경 오기자와를 출발한 지 2시간여 만에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는 무로도 고원에 도착했다.
숨돌릴새도 없이 바로 다테야마 환종주 산행을 시작했다.
거리는 약 10km 정도이지만 고산에다 암릉구간의 업다운이 심해 산행 소요시간이 10시간 전후로 예상됐다.
당초 계획으로는 2450 고지 라이쵸 산장에서 숙박, 고소 적응 후 다음날 새벽 일찍 등반을 시작하여 츠루기다케(剱岳,2,999m)를 찍고 하산길에 1박을 할 계획이었으나, 다음날부터 태풍 16호 시마론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예보되어 있어 하루 앞당겨 산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로도 고원에서 주봉인 오야마로 향하는 주 등산로를 들머리로 다테야마 산행이 시작된다.
이치노코시 산장을 지나 천천히 한발 한발 2800m 지점에 오르자 산소 부족인지 호흡이 가팔라지고 어지러움이 간헐적으로 발생했다. 심하지 않은 고소증세였다.
1895년에 삼각점 측량점을 설치했다는 일등삼각점을 찍고 쉬어 오르기를 반복하며 3003m의 오야마(雄山) 주봉에 올랐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암릉 능선을 따라 다테야마 정상인 오난지야마(3015m)를 지나 후지노오리다테(2999m)까지 3봉을 찍은 후 마사고다케(2861m) 안부에 도착했다.
후지노오리다테를 지나면서 암릉지대에서 만난 라이쵸(雷鳥, 천둥새)는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을 가지 않는다.
라이쵸는 고산에서 사는 꿩과로 우리나라의 닭과 꿩을 반씩 섞어 놓은 것 같이 생겼다.
닭처럼 잘 날지 못하는데 3천 m 이상 고지대에서 뭘 먹고 사는지 신기했다.
예정으로는 벳산(別山,2874m)을 거쳐 츠루기고젠 산장을 지나 하산하는 코스였으나 10시 넘어 출발하면서 늦어졌고, 초행길에 일찍 해가 저무는 산속에서 길을 잃을 공산이 커 아쉽지만 마사고다케 탈출로에서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내리막 또한 가팔라서 하산시간이 길어져 저녁 6시경 어둑어둑해서야 라이쵸 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라이쵸산장은 2450m 지점의 지옥계곡 위쪽에 건축된 산장으로 수백 명이 숙박할 수 있는 규모이며 뜨거운 유황 온천물이 나온다.
고산에서 흘러내려오는 차가운 계곡물은 수량이 풍부하고 깨끗하여 식수로 활용한다. 그렇게 2450m의 산장에서 유황 온천욕을 즐기는 호사를 맛보았다.
다음날 아침 어제 못다 한 코스를 반대쪽에서 오르려 했으나 지형이 험하고 태풍의 영향으로 산발적으로 비가 내리고 있어 포기하고, 천상고원으로 불리는 비죠다이라(美女平,1000m)까지 트레킹을 예정했으나, 이마저 흐린 날씨 속에 등산로에 곰의 출현이 잦다는 말을 듣고 단념하고 비죠다이라까지 버스를 이용하여 하산한 후 1500~1800년 수령의 웅장한 삼나무 숲 트레킹으로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3박 4일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북알프스 다테야마 등반을 무사히 마치고, 나고야-마츠모토-시나노오오마치-오기자와-무로도-비죠다이라를 잇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구로베 알펜루트를 연계한 알찬 여행을 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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